가정해체탓 아이들 年1만명 버려지는데… 아동보호정책도 '실종' 정부, 요보호아동 민간 일임…또 다른 '학대' 발생 최근 카드빚 급증과 이혼율 증가 등에 따른 가정해체로 거리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나 정부의 아동보호 정책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육원 등 양육시설에 맡기던 데서 벗어나 가정 위탁양육과 국내입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아 겉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동보호 업무가 정부 대신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아이가 자격미달 가정에 맡겨지는 부작용까지 나타나 정부의 적절한 총괄기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버림받는 아이들=지난달 14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1층 대합실에서 네살 여아가 길을 잃은 채 엄마를 찾아 헤매다 발견돼 서울 강남 한 보호시설에 넘겨졌다. 아이의 딱한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아이 엄마(31)가 시설을 찾아 ‘아이를 잃어버렸다’면서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아이 엄마가 새 가정을 꾸리면서 전 동거남과 사이에서 낳은 딸을 버린 사실이 드러나자 시설측에서는 “아이를 버린 엄마에게 보낼 수 없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아이는 가정의 테두리에서 자라야 정상적인 성장을 한다’며 시설측을 설득한 끝에 아이는 친모 품에 돌아갈 수 있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모 실직에 따른 생활고와 이혼 등으로 가정에서 버려져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1997년 6734명이었던 요(要)보호 아동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8년 9292명으로 급증했고 이어 99년 7693명, 2000년 7760명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01년 1만2086명, 2002년 1만57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통계는 모두 집계되진 않았으나 상반기에만 5681명으로 나타나 3년 연속 1만명선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효성 없는 정부정책=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가 90년대 중반 추진한 가정 위탁양육과 국내입양 정책은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에 세운 17개 가정위탁지원센터 업무는 민간단체인 한국복지재단과 한국수양부모협회 등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을 총괄하는 정부조직이 없어 아무런 제재없이 아동보호업무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 센터를 통한 위탁양육을 권장하고 있으나 실제 위탁할 만한 가정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엔 ‘함량 미달’ 가정에 위탁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일어난 ‘위탁아동 학대’ 사건은 센터측이 마땅한 위탁부모를 찾지 못해 나이가 어린데다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는 20대 부부에게 어쩔 수 없이 맡긴 데서 비롯된 것이다. 기아 보호 정책의 근간인 국내입양도 국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최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된 아동은 2000년 527명에서 ▲2001년 617명 ▲2002년 552명 ▲2003년 521명으로 오히려 감소추세다. 한양대 안동현 교수는 “정부가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보조역할에 머물 게 아니라 버려지는 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정해체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석기자/dscho@segye.com ( 2004/02/03 2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