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는 우리 가족은 위탁가정이다.

2020년 10월에 10개월 된 다문화가정의 남자아이를 위탁해 3년여간 돌보고 있다. 이든(가명)이는 현재 만 4세의 흑인 혼혈 남자아이다. 그래서 이든이는 어디에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매일 엄마와 함께 유치원 등·하원을 하거나 외출을 할 때마다 늘 이든이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어쩌다가 내가 나타나면 주위 사람들은 더욱 놀란다. 이든이가 엄마, 아빠와 다른 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든이를 입양했느냐고 묻는다. 우리 가정은 이든이를 위탁했다. 위탁가정은 부모의 질병, 이혼, 학대 등의 사유로 인해 친가정에서 아동을 키울 수 없을 경우,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동안 아동을 양육하다가 다시 친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생일을 맞은 이든이의  모습.
▲생일을 맞은 이든이의 모습.
이든이가 우리 가정에 온 후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다. 성인이 된 두 딸들이 외국에서 사고를 쳐서 낳은 아이라는 둥 아내나 내가 혼외 자녀를 낳았다는 둥 엉뚱한 상상들이 난무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든이는 동네의 인기쟁이가 되었다. 아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든이는 우리집 복덩이다. 이든이로 인해 온 가정에 웃음이 넘쳐나고 이든이의 애교와 사랑에 위로를 받는다. 주변 사람들은 힘들지 않느냐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우리 가족이 받은 것이 더 많다. 50이 넘어 갑자기 찾아온 이든이의 사랑스러움과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이든이는 나의 아들이다. 비록 혈연은 아닐지라도 나를 아빠라고 부르고 믿고 따른다. 이든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양자 삼아주신 하나님 아버지를 묵상하며 은혜를 받는다. 하나님과 상관없는 죄인 된 우리를 자녀 삼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된다.

이든이가 우리와 애착 형성이 되어질수록 우리 품에 안겨서 평온해하며 행복해한다. 무서울 때도 우리에게 뛰어와 안기면서 꼭 안아 달라고 한다. 또한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사달라고 얘기한다. 이든이가 자녀답게 당당하게 요구하고 행동할 때 오히려 내가 기쁘다.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아버지의 품에서 평화와 행복을 느끼고 두려움 속에서 주님을 찾고 주 안에서 안식을 누리고 필요한 것을 구할 때 더 기뻐하신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 이든이가 친가정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모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든이의 복귀가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 때 우리 안에 양가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이든이의 친가정이 회복돼 친엄마에게 돌아가는 일은 너무 감사하고 기쁜데 한편으로는 이든이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작년 여름 서울위탁가정 캠프에 이든이와 아내가 참가했다. 그 곳에서 한 위탁모를 통해 이든이와 같은 외모를 가진 아이가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내가 가족들에게 전해주었고 온 가족이 보지도 못한 아이를 마음에 품고 이든이의 형으로 데려오자는 의견으로 한마음이 됐다.

보육원에 연락을 하고 이든이와 우리 부부가 방문해 네이슨(가명)을 처음 만났다. 이든이를 본 보육원 관계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친형제와 같이 비슷한 외모를 가진 두 아이들을 보고 마냥 신기해했다. 이든이가 더 적극적으로 네이슨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 차츰 만남이 진행될수록 네이슨의 마음을 열고 서로 좋아하게 됐다. 만난 지 4개월 정도 됐을 때 네이슨이 우리 집에서 살고 싶다고 보육원 선생님께 말해 달라고 했다. 처음 네이슨을 만나러 갈 때부터 네이슨이 원하기만 하면 위탁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또한 어린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렇게 말을 해 주어서 기특하고 대견했다.

보육원에 네이슨의 마음을 알리고 서류를 준비하는 등 여러가지 절차들을 거쳐 약 4개월 후 우리 가정에 오게 되었다. 오기 전 네이슨이 일주일 정도 가정체험을 하러 왔을 때 “자라면서 친부모님이 궁금하지 않았니?”라고 물었더니 “어렸을 때부터 궁금해서 선생님들께 많이 물어 봤었는데 이제 알게 되었다”고 해서 친부모에 관해 알게 되었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이슨이 우리를 가르키며 “이제 엄마 아빠가 생겼잖아요”라고 해서 가슴이 찡했다. 우리를 부모로 받아들인 사실이 너무 감동이었다.

현재 두 아들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일은 많아졌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먼저 아들이 된 이든이가 동생을 본 형처럼 텃세도 부리고 엄마를 빼앗길까봐 네이슨이 보라며 더 찐한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부모의 따뜻한 돌봄을 느껴보지 못한 채 성인이 될 수 있었던 네이슨과 이든이가 우리 가정에서 그 사랑을 느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요즘 뉴스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입양은 세계 2위라고 한다. 또한 보호시설에 있는 아동들도 많이 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들이 많아지고 그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가정들도 많아져서 그들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중의 좋은 제도 하나가 위탁가정인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의 아이들을 위탁가정에서 사랑으로 따뜻하게 양육함으로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위탁가정들이 많이 생겨나서 가정의 따뜻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정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해 본다.